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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도지사 협의회의 부탁을 받고 쓴 개인 칼럼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최근의 신공항문제를 접하면서 우리에게 있어 자치란 무엇일까, 지방이란 무엇일까? 하는 것을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부족한 글이라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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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몇 가지 제언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 우 용
Ⅰ. 들어가며
지방의회가 30년 만에 부활한 것이 1991년이니, 이제 우리 지방자치의 역사도 성년을 맞이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 있어 성년은 여러 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독립된 한 개체로서 법적·사회적 평가를 받음과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독립하여 한 가정을 이루어 나갈 수 있고, 자신의 책임과 능력으로 무엇이든 이루고 결정해 나갈 수 있다. 그래서 모두들 축하하고, 제도적으로는 성년의 날을 정해 앞으로의 활약을 격려해 주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우리 지방자치에 있어 과거 20년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우리 자치제도가 시간적으로는 성년이 되긴 되었지만 척박한 토양에서 자란 탓인지 그렇게 건강해 보이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책임으로 이 모진 세파를 헤쳐 나가기에는 여전히 부족해 보이는 것은 비단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지난 3월 30일 영남권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신공항건설 사업이 대통력의 대선공약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정부는 신공항계획 백지화를 선언하는 발표를 하였다. 이에 지역민들이 격노하고 있고 지방의 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번 신공항 건에서만 보더라도 아직까지 우리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의 지원과 결정에 모든 것을 맡기고 의지하고 지원 대상이 될 수 있길 목매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지방자치제도는 다시 유아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덩치는 커졌지만 아무것도 할 수없는 무능력한 성년으로 남아 부모의 지원을 애타게 기다리는 철없는 성년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러한 위기감은 비단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성년의 지방자치제도가 진정한 지방자치의 제도로 새롭게 태어나길 갈망하면서 우리 지방자치 및 지방자치제도에 요구하는 몇 가지 내용들을 서술하고자 한다.
Ⅱ.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몇 가지 제언
1. 지방자치의 이념을 구체화한 헌법개정의 필요성
지방자치의 이념을 구체화한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론이 우세한 듯하다. 우리의 헌정사가 9번의 개헌을 거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순탄한 개헌 과정을 거치지 못한 역사적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러나 이제 완전하진 않다 하더라도, 87년 헌법이 추구한 민주화가 이루어진 작금, 이제는 국가경쟁력 향상과 전 국민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 즉 기본권의 충실한 보장과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 및 지방분권강화를 위한 분권형 헌법개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적으로도 선진국들은 분권형 헌법체제로 국가체제를 바꾸어 가고 있다. 이러한 분권형 헌법개정은 이제 시대적 요청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성년이 된 지방자치에 맞는 헌법적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하여 분권강화를 통한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신장하고(이 단계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수평적 폐치·분합 또한 신중히 논의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신장된 자치권을 배경으로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경제적․정치적 협력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방분권형 국가로의 재탄생, 자치입법권의 보장, 사무배분에 있어서의 보충성의 원칙, 재정자주권의 확충 등, 성년 지방자치에 어울리는 자치권 강화 조항들은 반드시 개정 헌법에 규정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진지한 사회적 대화와 담론을 조성하고, 민주적 절차와 합의를 거쳐 분권형 헌법개정의 내용을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은 분권형 헌법개정에 있다고 하겠다.
2. 지방자치단체의 통·폐합과 그 전제조건들
지방자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하다고도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제가 지방자치단체의 규모를 적정화 하는 문제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온 경찰자치, 교육자치 등 실질적 분권문제의 해결을 위한 전제적 요건으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다행히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통·폐합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특별법(「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2010년 10월에 제정되고 이에 따른 위원회가 구성되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이 위원회는 특별법의 규정에 따라 2년 후에는 구체적인 통합방안을 내 놓아야 한다. 필자는 지방자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통·폐합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다음과 같은 과제는 반드시 통합과정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첫째, 왜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인가? 에 대한 제도 개혁의 목적과 통합기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충분한 검토이다. 시·군·구의 통합에 대해서는 특별법 제15조에서, “국가는 시·군·구의 인구, 지리적 여건, 생활권·경제권, 발전가능성, 지역의 특수성, 역사적·문화적 동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통합이 필요한 지역에 대하여는 지방자치단체 간 통합을 지원하여야 한다”고 하여 통합을 위해서는 종합적으로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법률의 규정보다도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두 지역을 통합하려고 할 때, 특별법에서 요구하는 이념과 요구에 따라 종합적으로 모든 요소를 고려하고 일정 주민의 찬성이 있다면, 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어떤 형태로의 통합도 인정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통합결정 그 후의 정치적 논리 및 지역적 이해관계에 따라 통합안은 파행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편 지역에서는, 중앙에 의한 일방적인 통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자체적 통합방안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여야 한다. 이리하여 정부와 통합 대상인 지방자치단체와의 긴밀한 협력과 논의 없이는 통합방안을 성공하기 어려움을 두 주체(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명심하고 미리 준비를 하여야 한다.
둘째, 지방행정체제개편 논의의 중심에는 헌법상의 지방자치 정신과 ‘주민’중심의 사고가 항상 존재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즉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주민자치를 중심으로 한 제도개혁 내지는 정치개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대명제하에서 논의 되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지방분권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논해져야 한다. 현재 지방분권촉진위원회에서 사무이양 등 지방분권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분권촉진위원회와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 간의 협력과 정보교환은 필수적이라고 본다. 특별법 제6조 2항 3호에서 추진위원회의 업무의 하나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시·도와 시·군·구 간의 사무 및 재원 배분에 관한 사항”을 들고 있다. 이러한 사무는 지방분권촉진위원회의 업무와 거의 유사한 업무이다. 두 위원회의 상호 협력과 보완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
넷째, 통합을 통한 지나친 구역의 확장에는 경계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권한의 확대에 따른 자립적 도시경영의 추진 가능, 행정사무 서비스의 신속성 향상, 재정규모의 확대에 의한 시설 및 서비스 개선 등의 효과를 나타낼 수는 있지만, ‘주민자치’, ‘주민참여’의 자치이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특별법의 내용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광역화를 꾀하여 종국적으로는 도를 없애고 이를 통한 지방행정체제의 간편화를 꾀하려고 하는 의도로도 읽힐 수 있다. 이는 자칫 구역과 계층의 문제가 얽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저항에 부딪히게 되어 개편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게 된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통합 자치단체에 주어지는 각종 특례제도에 대하여는 많은 검토와 검증을 거쳐야 한다. 재정특례는 물론 의원정수 특례조치(특별법 제8조), 직원의 신분취급에 대한 특례(동법 제12조), 불균일 과세(동법 제16조1항) 등 우리 특별법은 다양한 특례제도를 설정하고 있다. 이런 특례를 어떠한 형태로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에 따라 통합의 향방이 결정되겠지만, 통합 당시의 특례지원 내용과 통합 후의 지속적인 특례는 다른 만큼 특례제도는 신중한 검증을 거쳐 결정하여야 한다.
여섯째,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인 통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사무배분 개혁도 함께 진행되어져야 한다. 어떤 사무가 어떤 지방자치단체에게 이양된다는 혹은 이양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 보다 자율적인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을 유도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배분 개혁은 지방행정체제개편에 앞서서 혹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일곱째, 정부에 의한 무리한 통합은 결국 행정체제개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보다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쉽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지방자치단체의 수를 통합 전의 거의 반으로 줄이는 정부주도형의 준강제적 통합을 하였다. 그러나 2010년에는 특례를 대폭 줄이는 제도개혁을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통합도 자율적인 통합이 중심이 되도록 정책 기조를 변경하였다. 이처럼 정부주도의 통합은 한계가 있는 만큼, 통합의 당사자인 지방자치단체를 통합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3. 지방자치단체간의 유기적인 행정운영과 협조의 필요성
지난 3월 11일 가공할 만한 츠나미의 영향으로 일본의 동북 해안지방이 3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실종자를 내면서 초토화되었다. 이와 함께 원자력 발전소가 피해를 입어 방사선유출 공포에 전 세계가 두려워하고 있다. 먼저 이번 사태를 보면서 지방자치와 관련하여 필자가 느낀 것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에 맞는 철저한 방재시스템구축이다. 자연재해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그 지역의 특성에 따른 방재시스템은 우선적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먼저 철저한 준비를 하여야 한다. 3.11 대재난으로 태평양 연안의 일본 산리쿠(三陸) 해안가가 막대한 인명 피해를 본 가운데 이 해안가에 있는 이와테(岩手)현 북부 후다이(普代) 어촌에서는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인구 3천 명의 후다이 마을에는 높이가 15m를 넘는 방조제와 수문이 각각 설치돼 있어 이번 재난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필자가 현재 살고 있는 부산에는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있고 현재 운행수명 30년을 초과한 원자로가 10년 연장 사용허가를 받아 가동 중에 있기도 하다. 최근 이 원자로는 지진피해에 따른 내진 설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음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고 급기야 지역 변호사단체에서 가동중지가처분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다. 일본의 재난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각 지역의 방재시스템을 철저히 분석하고 재해극복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둘째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시스템이 구축이 된다면 다음은 기초-광역-중앙 간의 유기적 협력체제구축을 강구해야 한다.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의 경우 비교적 자연재해에 따른 방재매뉴얼과 재해복구 매뉴얼이 잘 구축되어 있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이는 아마도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개별적인 시스템이 마련은 되어 있었겠지만, 기초-광역-중앙을 연결하는 시스템간의 연결고리가 부족한 것에 원인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지방자치의 시대, 분권의 시대라고 해서 독자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이번과 같은 대재난 앞에서는 타 지방자치단체와의 그리고 중앙정부와의 유기적인 협조가 없으면 위기를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자율과 협력을 기조로 한 중앙과 지방의 역할 재조명 역시 새로운 지방자치 시대를 위한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Ⅲ. 나오며
필자는 현재 대통령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의 제2기 실무위원으로 위촉되어 사무의 지방이양에 관한 몇 번의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회의에 참석하면서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 아직까지는 우리 지방자치가 정착하기에는 험난한 길이 남아있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끼고 있다. 얼마 전 회의에서는 대규모 마트 등의 무분별한 지역입점을 막기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한 사업조정권한을 광역지방자치단체에게 이양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사무를 전권 이양 받겠다는 지방자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재원의 이전 없는 이양에 대한 두려움 일수도 있겠지만, 문제가 될 우려가 있는 껄끄러운 사무는 아예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 의사의 표로이기도 해서, 적극적으로 지방이양을 주장한 필자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사람이 진정한 성년이 되기 위해서는 ‘알’에서 깨어 나와야 한다고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말하였다. 우리 지방자치가 진정한 성년으로 자리매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 자치의 완성은 영원한 숙제일 수 있다. 그러나 최대한 이상적인 자치를 향해 나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분권의 기치를 다시 내걸고, 지역의 응집력을 살려 지역의 목소리를 높여야 하며, 단체장과 지방의회는 ‘혁신 또 혁신’의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성년은 성년이되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성년으로 계속 남아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성년을 맞이한 우리 지방자치의 역사에 새로운 분권의 기치가 다시 높이 오르길 기대해 본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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