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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윤동주, 그리고 나
만11개월의 후쿠오카 생활을 이제 하룻밤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렇게도 덥고, 모질게도 추웠던 여름과 겨울도
이제 추억으로 남겨 두고,
오늘은 남풍에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봄날입니다.
매화도 빨갛게, 하얗게 여기저기 피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일년 간의 일들을 생각해 봅니다.
연구자라 물론 연구생활이 주였지만,
모처럼 가족과 함께 했던 여름 바다,
겨울 문턱에 다녀왔던 나가사키 여행,
두 아들 녀석과 함께했던 가을 등산은
두 녀석을 생각할 때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카의 추억과 함께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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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았던 곳은 후쿠오카의 신흥주택지구인 모모치 라는 곳이었습니다.
주위엔 후쿠오카의 랜드마크인 후쿠오카 타워가 있는 곳입니다.
이 주택가와 어울리지 않게 현해탄과 만나는 무로이강 하류에
후쿠오카 형무소가 일제시대부터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서시’의 윤동주 시인이 마지막을 보낸 곳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윤동주에 관한 일본어로 된 시집을 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바로 근처(직선거리로 500미터 정도 됩니다)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이 최후를 맞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니
미묘한 감정이 일었습니다.
책을 본 다음 날 바로 그 곳을 찾아 가 보았더니
주택가 한 모퉁이에 여전히 자리를 하고 있었고,
‘후쿠오카 형무소’라는 간판이 자그마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입구가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고,
지키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전혀 형무소임을 느끼게 하지 않는 건물이었습니다.
철조망이나 망루 같은 것은 전혀 없고,
사각형의 건물 안에 밀폐된 창문들만 드러나 있는
푸른색과 흰색의 건물이었습니다.
일본 간수에 의해
정체불명의 주사를 계속 맞아오던 윤동주는
해방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27살의 나이에
절규를 하며 죽어갔다고 합니다.
겨울방학이 되고 가족들이 먼저 귀국하고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을 보내는 동안
윤동주 시인이 더 많이 생각이 낫습니다.
추운 겨울,
매서운 겨울 혹한 속에서
젊은 시인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조국이었을까, 너무나도 사랑했던 시였을까, 아니면 그리운 가족 이었을까?
윤동주 시인과 같은 선각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들이 있는 것인데...
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외로움도 나태함도 떨쳐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겨울밤엔 항상 윤동주를 생각하곤 했습니다.
27살의 젊음이 끝이 아니었다면
그 훤한 얼굴로
그 맑은 눈빛으로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갔을 것인데 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가슴이 많이 시려오기도 했습니다.
이제 귀국을 하고,
새로운 학기에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면
윤동주를 잠시 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후쿠오카를 생각하면
나에겐 윤동주 시인과 그 겨울의 후쿠오카의 형무소가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후쿠오카의 마지막 밤에 윤동주 시인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시를 남겨주어서 고맙다고,
그리고 이제는 편안히 쉬시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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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체재기간 동안 많은 배려를 해준 일본 큐슈대학의 키사 교수님, 귀국한다고 손수 만찬을 준비해 주신 앞집의 인텔리 노부부, 그리고 이곳 법학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유학생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홈피를 자주 방문해 주는 이름 모를 저의 팬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자주 소식을 전하지 못한 점은 용서바랍니다.
무엇보다 아무런 일 없이 건강하게 아빠와 함께 해준 두 아들 녀석과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정성을 다 해준 사랑하는 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월의 어느 날. 한국에 계신 80이 다 되어 가는 어머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더군요. ‘아들아, 추우니까 떠시게 입고 다니라. 그리고 항상 겸손하여라. 사랑한다’고 말입니다. 어머님들의 마음은 자나 깨나 자식 걱정인가 봅니다. 내리사랑 말이죠. 어머님도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이처럼 많은 분들의 염려와 걱정 속에서 무사히 1년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후쿠오카에 가면, 꼭 ‘모모치의 후쿠오카 형무소’를 한번 가 보시길 바랍니다.
윤동주 시인도 무척이나 좋아할 것입니다.
여러분. 신학기 새로운 마음으로 한국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월24일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날에
최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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