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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개원 3주전 '변호사시험법(法)' 부결
與 내부 혼란으로 예상밖 상황… 신학기 차질 예상
법안 내용 설명도 미리 안돼
한나라 의원 78명이나 '반기'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개원을 불과 3주 앞두고 새로운 변호사 선발방식을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제정안이 12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전국 25개 로스쿨의 신입생들은 졸업 후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첫 학기를 시작해야 하는 황당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로스쿨 설치에 관한 법률은 2007년 7월 국회를 통과했으며, 이날 변호사시험법까지 처리되면 로스쿨을 축으로 한 새로운 법조인 양성체계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야당도 아닌 여당의 '내부 혼란'으로 변호사시험법이 부결되는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변호사시험법안은 변호사 시험의 응시횟수를 5년 내 3회로 제한하고, 필수 과목 7개에 논술형 필기시험을 치르면서 실무 평가 항목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현행 사법시험처럼 과목당 최저 합격선을 넘지 못하면 탈락시키는 과락을 인정하고, 로스쿨 출신이 아니면 변호사시험을 보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 법안은 여야가 충돌하는 이른바 '쟁점 법안'도 아니었다. 여야가 합의해서 정부 원안(原案)대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이날 본회의에 상정됐다.
그런데도 투표에 참여한 여야 의원 218명 가운데 100명이 반대표(기권 40명)를 던졌고 찬성은 78명에 불과했다. 한나라당 의원(132명) 중에도 반대 49명, 기권이 29명이나 돼 한나라당 의원 상당수가 이 법안을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우선 새 변호사시험의 전제가 되는 로스쿨 자체에 부정적인 의원들의 불만이 이번에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한나라당 주호영 원내 수석부대표가 반대 토론에 나서려다 홍준표 원내대표의 만류로 그만뒀다. 로스쿨 반대론자인 주 수석부대표는 이날 기권에 표를 던졌다. 한 민주당 의원은 "우리도 여당 시절 내심 못마땅하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해서 찬성해줬던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게 표출됐다"고 했다.
▲ 국회의원들을 움직인‘보이지 않는 손’이라도 있었던 걸까.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변호사시험 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12일 본회의장 전광판에 표결 결과가 표시돼 있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또 다른 이유는 양당 지도부,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의 영(令)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전에 법안에 대한 설명도 충분치 않았다. 지도부에 속한 의원들조차도 "무슨 내용인지도 몰랐다. 무조건 원내대표가 찍으라고 찍던 시대는 지났다"며 "설득하고 설명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표결에 앞서 열린 의원 총회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오늘 변호사시험 법안이 있는데, 법조인(출신 국회의원) 여러분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찬성해주셔야 법학대학원이 순조롭게 갈 수 있다. 당론으로 찬성해줄 것을 당부 말씀드린다"고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일로 홍 원내대표를 포함한 현 지도부의 지도력에 금이 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또 다른 부결의 배경으로 지적되는 것은 투표 직전 본회의장 분위기였다. 주호영 의원 대신 반대 토론자로 나선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기 시작했다. 강 의원이 로스쿨을 졸업해야 변호사시험을 보도록 한 것은 로스쿨 학비를 감당 못할 계층에 대한 '진입 장벽'이란 의견을 제시하자 평소 로스쿨에 관심이 없던 여야 의원들의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야당의 한 의원은 "솔직히 로스쿨에 대해 잘 몰랐는데 강 의원의 반대 토론을 듣고 나니 찬성하기가 쉽지 않더라"고 전했다. 반면 찬성 토론자로 나선 한나라당 의원은 없었다.
변호사시험법 통과가 무산됐지만 올해 로스쿨 입학생들이 졸업하기까지는 3년이 남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관련 법이 통과되면 결정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시험 과목 등 평가방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로스쿨에서 세부적인 커리큘럼을 준비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는 비싼 등록금을 낸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
때문에 법무부는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본회의에서 지적된 문제점 분석에 들어갔다. 법무부 관계자는 "부결 이유 등을 분석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조속한 시일 내에 수정 법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정부 입법인 변호사시험법 안을 집권 여당이 부결시킨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벌어졌다"며 공세를 펼쳤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불협화음과 무책임의 극치"라고도 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런 말을 들어도 마땅한 상황이다.
입력 : 2009.02.13 02:46(조선일보)
2. 관련사설
[사설] 로스쿨 열어놓고 변호사시험길 막은 황당한 국회의원들
국회는 12일 본회의에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가 변호사가 되기 위해 치르는 시험과목·절차·응시자격 등을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을 찬성 78표, 반대 100표, 기권 40표로 부결시켰다. 다음 달부터 15개 대학의 로스쿨이 처음 문을 열어 2000명의 신입생이 입학한다는데 국회가 변호사시험법을 부결시켜 2000명의 학생들이 나중에 변호사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방법 자체를 틀어막아버렸다. 황당한 국회다.
물론 로스쿨의 첫 졸업생이 나오는 2012년 봄까지 법을 만들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한 해 800만~12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들여 학원을 다니고, 한 해 2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고서라도 법조인이 되겠다는 꿈을 키워왔던 학생과 부모 입장에선 어제 국회 의원들이 벌인 일은 말 그대로 상식 이하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본회의 발언에서 "현행 사법시험보다 과목이 적고, 응시 횟수를 5년간 3회로 제한하는 등 졸속 법안"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로스쿨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무렵부터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로스쿨 준비 작업을 시작했고, 2007년 7월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을 뺀 여야 합의로 로스쿨 법이 통과됐다. 길게는 14년, 짧게는 6년 가까이 사회적 토론과 준비 기간을 거쳤다. 그런데도 로스쿨 개원이 코앞에 닥칠 때까지 변호사시험법을 만들지 않다가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법을 처리하려다 이마저 여야 의원들이 자기네 정권에서 추진했거나 추진하는 일에 반대표를 던지는 바람에 부결됐다. 당분간 '변호사가 될 방법이 없는 로스쿨 학생'이란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정부나 국회가 국가 과제를 얼마나 허술하고 한심하게 다루고 있는지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국회와 법조계 주변에선 변호사시험법 부결을 놓고 "변호사들 로비가 통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반대표를 던진 일부 의원들은 "변호사 출신 동료 의원들이 잘못된 법이라고 해서 반대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295명 중 변호사 출신은 58명으로 19.6%나 된다. 변호사들은 변호사 숫자가 는다며 줄곧 로스쿨에 반대했고, 일부 변호사들은 지금도 "로스쿨의 폐해가 큰 만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변하고 국익(國益)을 추구하지 않고 출신 집단의 돈벌이 수단을 지키는 홍위병 노릇이나 한다면 국회의원을 할 게 아니라 자기네 친목단체 대변인을 하는 게 마땅하다.
(조선일보 200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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