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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진퇴의 묘(妙)
유방이 천하를 얻은 건 순전히 참모들 덕분이었다. 한신과 장량, 소하가 그들이다. 천하의 운세를 뒤바꾸었지만 이들은 정작 자신의 운세를 어찌하지 못했다. 대장군 한신은 항우가 죽은 뒤 역모로 몰려 팽(烹)당했다. 승상 소하는 백성의 전답을 빼앗아 유방에게 심한 꾸중을 듣고 돌려주었다. 몸을 한껏 낮추어 거짓 재물욕을 보임으로써 유방을 안심시켰다. 지략가인 장량은 병을 핑계 삼아 초야에 숨어 버렸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면 천하를 얻는다고 했다. 반면 때를 놓치면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다. 천하를 가슴에 묻고 홀연히 떠난 장량과 미적거리다 비참한 최후를 맞은 한신 중 누가 더 나은가.
권력의 단맛을 본 자는 한 발 뒤가 낭떠러지다. 그래서 추호도 물러섬이 없다. 이승만 대통령도, 박정희 대통령도 그랬다. 이러든 저러든 진퇴의 묘를 모르면 뒷모습이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참여정부 때도 그렇더니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한층 더한 느낌이다.
이 정부 초기에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자연을 사랑해 땅을 샀다"고 버티다 결국 낙마했고, 쌀 직불금 부당수령 의혹으로 국민적 분노를 샀던 이봉화 차관도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뒤에야 물러났다. 인사 때마다 낙마가 거론되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자리를 꿰차며 슬며시 옆으로 비켜났다.
이번에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오욕을 뒤집어쓰면서까지 꿈쩍도 않는 모습이 안쓰럽다. 청와대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앞서야 한다"며 버틴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라고 했다. 장기판의 졸(卒) 하나를 아끼려다 대국을 그르치는 건 아닌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박희봉 논설위원 aiwi@kookje.co.kr 입력: 2009.01.30 20:41
ⓒ 국제신문(www.kookje.co.kr)에서.
* 경찰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생명으로 합니다. '공공의 안녕'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누구는 일을 하다가 실수를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경찰은 있어서도 해서도 안 되는 실수를 하였고, 경찰 목적의 가장 기본을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봅니다. 상벌이 엄격하게 행해질 때 국가나 조직의 기강이 바로 서는 것이야 동서고금의 진리이지 않습니까? 공명이 왜 굳이 아끼는 마속을 울면서 처형하였겠습니까?
행정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공익'이 무엇인지, '공권력'이란 무엇인지를 새삼 의미깊게 새겨보고 있습니다.
'행정의 우월성'을 강조해 온 행정법이론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 어떠한 것도 '국민의 생명과 안위'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두서 없이 몇 자 적어봅니다.
2009. 1월의 마지막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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