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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익명으로 긴 리플을 적어주신분이 있어 몇 자 더 적어봅니다.
먼저 오해가 있네요.
1. 교수의 월급. 평범한 직장인보다야 많지만 학생이 지적한 것 처럼 상당한 수준은 아닙니다. 물론 적은 액수도 아니지만, 오히려 하는 일에 비해(물론 밤낮으로 학생들을 생각하고 연구하고 공부하는 분들얘기입니다만...) 적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대학마다 차이가 많이 나고요...
교수월급으로 부자될려고 하는 이는 애초에 그만두는게 낫습니다.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가지고 또 적성에 맞아야 합니다. 여러 환경요인으로 교수 사회도 양극화(?)가 아주 심하게 전개되고 있어 자칫 일반인들에게는 부자교수들만 눈에 띄일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지 않고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저와 같은)이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2. 환경적 조건이 모두가 좋아서 유학하고, 공부하고 하는 것 또한 아닙니다. 좀 거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길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자신감을 가지고 여러 충동들을 이겨내야 하는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하는 학생이 찾아오거나 유학상담을 오면,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고, 그 때도 생각에 변함이 없으면 다시 오라고 합니다.
저역시 유학시절, 가난한 애기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유학생으로서 어려운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 때의 어려움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으로 다가옵니다. 유학중의 작은 에피소드를 자료실 23번 글에 올려놓았습니다. 한번 관심있으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3. 요즘 제가 한 사람에게 빠져 있습니다. 애인이 생겼냐구요^^? 물론 아닙니다. 다름 아닌, 얼마전 돌아가신 고 이청준 작가입니다. 작년 그 분이 쓰신 '당신들의 천국'을 정말 감동적으로 읽고, 이번 주에 "낮은데로 임하소서"라는 소설을 이제야 읽었습니다. 기독교인에 대한 글이고 저는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그 글을 읽으면서 내내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다름 아닌 "더 더욱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아시겠지만, 이 소설은 실명한 어느 인텔리가 아내와 가족으로 부터 독립하여 고생 끝에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이청준 작가 특유의 문체로 가슴 찡하게 그러나 품위있게 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두 눈을 뜨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게 됩니다. 용기를 불어 넣어 줍니다.
4. 유학시절, 기억에 남는 사진이 하나 있습니다. 당시 저는 유학 7년째로 접어든 시기라, 유학생활에 지치고 불확실한 미래에 고민을 많이 하던 시기라, 신경이 많이 예민해져 있던 때였습니다.
당시 아내는 가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아침 일찍 아르바이트를 가던 때라, 제가 애를 유치원에 보내주던 때였습니다. 하루는 며칠 전 있었던 유치원에서의 운동회 사진들이 복도에 전시되어져 있더군요. 그 중에 하나가 눈에 번쩍 들어왔습니다. 당시 그 유치원에 유일한 흑인혼혈이었던 여자애의 달리기 사진이었습니다. 신체적 조건이 탁월해서인지 1등으로 달리는, 정말 열심히 달리는 혼혈흑인애의 모습이었습니다. 근데 사진 속의 그 애의 눈이 달랐습니다. "여기서 지면 안된다, 달리기라도 나는 일등을 해야 된다"는 의지가 실린 듯, 그 눈에는 뭔가가 이글거리고 있더군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저 어린애도 자신의 신체적 조건을 극복하고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기 위해서, 저렇게 열심히 달리는데..."하는 생각과 함께 제 눈시울이 많이 뜨거워졌습니다. 그 이후로 유치원에 갈 때는 꼭 그 사진을 보면서 다시 저를 일깨우곤 했습니다.
5. 어제 고 최진실씨의 자살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랬습니다. 그리고 사실 충격이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나이고 우리 학창시대의 스타로서 함께 살아오고 함께 나이들어간다는 동질감을 느끼는 스타여서 그랬던지 한 동안 정말 놀란 상태로 있었습니다. 스타 뿐만이 아니라, 금전중심적이고 출세지향적인 현시대에는 많은 이들이 자살의 유혹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 고 최진실이, 졸지에 눈을 잃고 자신을 극복해 가는 소설 속의 안요한과 같은 이를 생각했더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정말 열심히 달리는 어린 혼혈애를 생각했더라면...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저나 여러분에게 모두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쨋든 드라마와 같은 삶을 살다간 고 최진실씨의 명복을 빕니다.
공휴일에 학교나와서 책을 읽다가, 또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고 답을 적고 하다 보니 벌써 저녁 11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눈도 많이 아파 오고요,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듯 합니다.
오늘 두서 없는 글을 적고 만 듯한 느낌입니다만, 여러분과 나와의 작은 소통을 위하여 생각하던 바를 옮겨 보았습니다. 혹시 불편한 것이 있으면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일은 또 다른 내일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그 내일을 위해 살아가야 겠습니다.
개천절날
늦은 저녁 연구실에서
최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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