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곽경택 감독의 시론

작성자 : 최우용

날 짜 : 2008-05-08 오전 10:29:00 (조회 :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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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어버이날 이네요.
아침에 두 아들녀석으로부터 꽃 선물을 받았습니다. 예전에는 몰랐던 '부모'의 마음이 이런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글을 쓰고 난 후, 저도 부모님께 전화도 하고, 메일도 보내고(저희 어머니 연세가 70이 훨씬 넘으셨는데 저와 간혹 메일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해야 겠습니다.

그리고,

오는 6월3일 저희 대학에서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본, 부산, 부산사람, 그리고 나의 영화철학'이라는 주제로 특강이 예정되어 있는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오늘자 국제신문에 시론을 썼더군요. 시나리오작가를 겸하고 있어서인지 문체가 좋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일독해 보시기 바랍니다.


5월8일 어버이날 아침에
최우용.




[시론] 드라마 '친구'를 준비하며 /곽경택
일본서 제의 현재 집필작업 우리 이야기 공감 기대




'친구'는 내 삶을 바꾼 영화다. 나를 무척 행복하게도 만들어 주었지만 또한 나를 무척 힘들게도 만들었다.

하지만 누가 만약 "그럼 '친구' 이전으로 돌아갈래?"라고 물으면 솔직히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 이후로 빚도 많아지고 삶의 여유와 건강도 잃었지만 일단은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크레디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씩 내가 만든 영화 '친구'를 다시 볼 때마다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서도 특별히 신세를 진 기분인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7년 전의 '대박' 이후로 여러 지인들로부터 많은 후속 편에 대한 제의를 받았고, 나 또한 다시 한번 연장선상에 있는 뭔가를 만들어 볼까 하는 고민도 수차례 했었다. 하지만 매번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연을 맡았던 연기자들과의 관계도 많이 변했고, 비록 내가 쓴 시나리오지만 내가 후속작을 만들려면 계약상 도로 판권을 사와야 하는 썩 내키지 않는 입장도 있었다.

그런데 작년 말 무렵 일본의 한 회사로부터 '친구'를 TV 드라마로 만들어 줄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요즈음 한국의 드라마가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고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류 배우들 몇 명만 캐스팅하면 제작비를 미리 대겠노라고 했다. 사실 영화 '친구'는 3년 전, 일본의 연휴 기간 황금시간대에 TV에서 방영된 적이 있고, 그때 많은 일본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솔직히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뭔가 가슴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아오르고 세상에 쏟아 놓고 싶은 추억의 에피소드들이 머리 속을 휘젓고 다녔다.

영화 '친구'는 영화적 완성도를 포함해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향수, 우정, 건달'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진한 향수가 배어 있는 화면, 네 인물의 공감 가는 에피소드, 거친 느와르적 클라이맥스 등이 흥행 요소들로 작용한 것이었다. 여기에다 '드라마 친구'에서는 또 하나의 강력한 테마로 '사랑'이 결합될 것이다.

'친구' 이후 선이 굵은 남자 영화를 주로 만들어 왔다는 평가를 듣긴 했지만 영화 '사랑'을 만들며 거친 껍질을 벗고 부드러운 속살로 승부하는 평가전을 무난히 치러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호흡이 긴 드라마에서는 좀 더 여유 있고 섬세한 멜로적 감성을 끌어낼 자신이 생겼다. 내가 남자 친구들과의 우정에 대한 향수를 고이 간직해 왔듯이 이성과 사랑에 대한 소중한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 놓는 데 더 이상 주저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을 멍석을 깔았다고나 할까….

드라마 친구를 만들기 위해 부산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대본 작업에 들어간 지도 두 달째에 접어든다. 자연히 고향이자 영화 '친구'의 도시인 부산에 장기로 체류하면서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채집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옛 친구들과 남포동, 자갈치 등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추억을 더듬는 시간이 많아졌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덕분인지 알아봐 주시고 악수를 나누는 사람들도 많다. 여태껏 만든 영화들을 재미있게 보았다는 따뜻한 말과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격려를 받을 때면 정말이지 가슴속에서 뭔가 뭉클함을 느낀다.

나는 영화 '친구'에서는 못다 한 얘기가 너무 많다. 그때, 함께 세상에 풀어놓았어야 할 수 많은 얘기들이 기회만 있으면 내 머리 속을 박차고 나오려고 법석을 떨던 것을, 이제야 소리와 영상으로 해방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안도감에서 출발한다.

물론 처음 제작해 보는 드라마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고 부딪혀야 할 난관도 한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든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한국을 넘어 더욱 큰 시장에서 사랑을 받고 우리의 이야기에 외국 사람들이 진하게 공감해 줄 것을 생각하면 결코 힘이 빠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부산에서 지내며 하루하루 기분이 좋다. 활짝 회상의 날개를 펴고 다시 한번 그 시절로 나를 실어다 줄 추억과 사랑의 기류에 매일 나를 얹는다. 그래서 나와 친구들의 소중한 우정의 메시지로 묘약을 만들어 함께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맘껏 나눠 주며 다시 한번 행복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곽경택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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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의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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