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2007년2학기 개강사

작성자 : 최우용

날 짜 : 2007-09-03 오후 1:08:00 (조회 :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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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3일 학보의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이 글로써 개강사를 대신하며, 함께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강의가 살아야 대학이 산다.

법과대학 법학부 교수 최우용


학기가 끝나고 나면 소위 강의평가라는 성적표를 담당교수들은 받아 본다. 그런데 이 강의 평가 결과가 나오면 주위에서 불평의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평가의 방법론에 대한 비판은 물론, 자신이 열심히 강의 한 만큼의 결과가 아닐 때에는 자신의 강의를 이해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아쉬움의 탄식까지도 들린다.

필자는 몇 년 전 ‘최우수 강의상’을 수상한 적이 있고 또 이를 지금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런데 이제 고백컨대, 사실 그 학기에 나는 최우수 강의상의 대상이 되었던 수업보다 더 많은 정열과 관심을 들인 다른 강의가 있었다. 그러나 그 강의의 평가는 기대 이하였다. 공을 들인 강의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거나, 상대적으로 정성이 덜 했던 다른 강의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일은 지금도 여전하다. 강의평가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은 아니지만, 설득력 있는 평가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이제 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지난 학기 수강 신청한 교과목 강의에 나는 얼마나 성실히 임했는지, 그리고 그 강의평가는 얼마나 진지하게 했는지를.

신학기를 앞두고 수강신청과 관련한 정보교환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가〉과목은 A폭격기고,〈나〉과목은 대충 들어도 학점이 잘 나오고,〈다〉과목은 적당히 온라인으로 때우면 된다는 식의 정보는 이제 사라졌으면 한다. 대신에〈라〉과목은 아주 힘들지만 유익하고,〈마〉과목은 학점이 짜지만 남는 게 있는 과목이고,〈바〉과목은 충실한 자료검토와 예습이 없으면 안 되지만 대학생활 중 꼭 들어야 할 과목이니 신청을 해야 한다는 선후배간의 대화가 이어졌으면 한다.

강의가 살아야 대학이 산다. 강의를 등한시 하는 교수와 학생에 대해서는 엄준한 비판의 화살이 날아와야 한다. 강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못하는 학생들과 강의보다는 외부 일이 우선인 것처럼 보이는 교수들에 비판은 준엄해야 하고 행정적 방지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강의가 살아야 대학이 살고, 우리 학문이 살고, 그래야 우리 사회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학을 일주일 앞두고 학생들과 함께 영남알프스의 영취산을 다녀오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금년엔 비가 많아서 인지 영취산 산길 옆엔 각양각색의 탐스럽고 아름답기까지 한 버섯들이 많이 자라 있었다. 그런데 이 버섯들은 우리 몸엔 독이 되는 독버섯이다. 우리에게 약이 되는 버섯은 자신을 허식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신의 아그네스에게 이대중퇴라는 학력이 필요했고, 대조영의 기백에 대학입학이라는 껍데기가 필요했던 것에는 우리 사회가 조장한 허위허식의 문화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고뇌하는 아그네스의 모습과 민족의 자존을 지킨 고구려인의 모습이었는데도 우리는 학벌이라는 허상위의 아그네스와 대조영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자 이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가식과 허울을 벗고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이다. 학기가 끝나고 한 학기의 성적표를 받아 볼 때, 후회 없도록 껍데기는 버리자. 내가 지방대학생이라는, 그래서 장래 취업과 생활에 불편이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도 버리자. 우리 마음속의 가식과 허영과 불안을 버리고 큰 학생[大學生]답게 정직하고 성실하게 한 학기를 보내자. 그 첫 발걸음이 바로 정직하고 성실한 수업의 선택과 참가이다.

이번 학기는 어렵고 힘든 과목, 그러나 나에게 약이 되는 강의를 신청하고 그 수업에 매진해 보자. 여러분이 변화면 강의가 변하고 강의가 변화면 대학이 살아난다. 이성 있는 여러분의 힘찬 도약과 고군분투가 있을 때 동아는 웅비(雄飛)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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