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일본유학기

작성자 : 최우용

날 짜 : 2006-09-03 오후 10:56:00 (조회 :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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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재부산일본국총영사관(2005.1)에서 펴낸 "이웃나라 일본 유학경험집"에 실린 저의 유학에 관한 글입니다.
관심있으신 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何をやるにも、だれに對しても “心”


최우용



인생의 전환기에 만난 두 분

아래의 글은 일본유학을 결심하고 또 유학생활을 하면서 제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신 두 분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인 유학에 관한 정보나 사정은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도 같고, 또 학업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들과 이에 대한 마음의 자세 등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지적을 해 주셨기에, 저는 이 분들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되살리고자 합니다. 이 분들은 제 일본유학의 시작과 끝을 장식해 주신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유학의 길을 열어준 S교수님.

저는 1993년 3월부터 2000년 2월까지 일본 와세다대학 법학연구과에서 유학생활을 했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과 세월을 일본에서 보냈고, 이제는 싫으나 좋으나 일본이라는 나라와 깊은 연을 맺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3학년 1학기의 S교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유학을 한다는 것은 저와는 무관한 일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당시의 거의 대부분의 우리 학생들이 그렇듯이, 저에게도 일본이라는 나라는 교과서 왜곡, 정치인의 후안무치와 같은 언행들, 교만한 경제동물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우리의 과거 역사까지 연결되다 보니 일본이라는 나라는 그 다지 좋은 인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에게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3학년 때의 모 과목의 첫 수업시간. 와세다라는 명문대학에서 수학중인 학교 선배출신 강사(현 대구 모대학 교수)님의 빈틈없는 모습과 깨끗한 이미지, 그리고 출중한 실력은 당시의 일본에 대한 저의 생각을 조금씩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또한 수업 시간 중 간혹 언급하시는 와세다라는 이름은 저에게 조금씩 각인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저는 일반 법대생이 꿈꾸는 사법시험합격이라는 목표 보다는 조금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나의 인생을 지방대인 동아대라는 학교를 끝으로 마감하고 싶지는 않았던 터라 S교수님과의 만남은 나의 미래의 상을 보는 것과도 같아 매 수업시간이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학문이라는 것을 막연히 생각하던 학기말 무렵 S교수님과 상담을 하게 되었고, 당시 서울 쪽의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고 있던 저에게 S교수님은 적극적으로 일본유학을 권유하셨습니다. 유학에서 오는 장단점을 상세히 설명해 주시면서 기왕에 공부하려면 조금 더 넓은 곳으로 가기를 원하셨는데 현재의 국내 사정을 고려한다면 당시의 그 충고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제 가슴 속에는 자연스럽게 일본유학이 그것도 와세다라는 학교를 구체적으로 결정하면서 결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한국적 상황과 중류정도였던 가정형편상 그렇게 일본유학은 녹녹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당시는 경기가 비교적 좋은 편이었고, 학과의 우수졸업생은 비교적 이름 있는 부산의 각종 회사에 특채로 취직이 되던 때였고, 아버님이 국가 유공자인 관계로 각종 공무원시험과 공사시험에 우대가 주어져, 공무원이 되길 원하시는 부모님과의 갈등을 먼저 해결해야 했습니다. 어렵게 부모님을 설득하여 1년 만 지원을 받기로 하고 본격적인 유학준비를 3학년 2학기부터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유학준비라고 해야 일본어공부가 전부였지만 열심히 학원을 다니면서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졸업쯤에는 일본어 능력시험 2급에 합격할 정도의 실력이 되었습니다. 물론 S교수님이 늘 옆에서 도와주신 것은 물론입니다.


온화하고 인자하신 분 그러나 속내를 알 수 없었던 일본의 지도교수님

다른 유학생들에 비해 비교적 빨리 일본유학을 결심하고, 항상 응원해 주셨던 S교수님의 염려 덕에 저는 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그해 바로 일본유학길에 올랐습니다. 당시 여구생이었던 저의 목표는 물론 석사과정에 정식학생으로 입학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1년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많은 유학생들의 관심은 어떤 지도교수를 선택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박사학위취득이 너무나 어려웠던 인문사회분야의 경우 지도교수의 역량과 유학생에 대한 관심이 큰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전공으로 하고자 했던 행정법 특히 지방자치법을 전공으로 하고 계신 사토교수님으로 자연스럽게 정했습니다. 당시 지도교수에 대한 정보는 관심분야와 경력정도가 고작이었습니다.
일본 유학 첫 날, 첫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대학원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저를 친절히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 신쥬쿠의 조그마한 가라오케에서 환영연을 조촐히 열어주셨고, 그 자리에서 교수님과 함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렀습니다. 그 날 저는 아! 좋은 교수님을 만났구나! 하는 안도감에 만족해 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 2년 간 사토교수님이 내게 보여준 성의(?)는 그것이 다였습니다. 입학 후 정식 석사입학 시험이 있기까지 사토교수님이 내게 보여준 것은 철저히 사무적인 언행과 수업시간의 냉엄한 지도가 전부였으며, 가끔 던지시는 한 마디도 수업에 관한 내용뿐이었습니다. 첫 날 보여주셨던 자상했던 모습은 이후 찾아보기 어려웠고, 저는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석사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앞두고 있는 입장에서는 자칫하면 석사입학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중압감이 저를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석사입학시험에는 지도교수가 출제하는 전공문제가 있었고, 아무리 시험을 잘 보더라도 지도교수의 지도승낙이 없으면 입학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또한 한번 목표를 세운 이상 최선을 다하자는 한국인 특유의 오기도 생겨 더욱더 수업준비를 충실히 하였습니다. 당시 지도교수님의 수업은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이 있었는데, 오전에는 학부수업을 참관하고, 오후엔 대학원 수업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땐 신경이 예민해져 토요일 수업이 있기 3일전부터는 괜해 속이 쓰리고 소화도 잘 되지 않는 고통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유학 1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해의 석사입학시험을 치르던 날 저는 그 동안 치러 왔던 그 무수한 어떤 시험보다도 최선을 다해 한자한자 일본어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합격자발표가 있는 날, 몇 안 되는 외국인 유학생의 이름 속에 적혀 있는 제 이름을 보고 내심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입학성적도 좋아, 학교 장학금을 받게 되어 등록금걱정 또한 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정식 입학을 하고 난 이후에도 지도교수님의 태도는 조금도 바뀌지 않으셨지만, 저는 후회없는 유학생활을 위해 수업에 충실할 뿐이었습니다.
또 그렇게 일 년이 지나가고 석사논문을 지도받아야 될 2년차의 어느 날, 지도교수님께서 저를 연구실로 조용히 부르셨습니다. 그리고는 “그 동안 너를 항상 지켜보고 있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좋은 석사논문을 쓰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그 날의 복잡했던 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 동안, 지도교수님을 때론 원망하고, 때론 냉정한 전형적인 일본인으로 치부했던 내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 학문의 어려움과 학자로서의 길을 함부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조용히 지켜봐 주신 교수님의 깊은 생각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은 내 기억 속에서 지울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지방대 출신이라서, 혹시나 가난한 유학생 신분이라서, 혹시나 내가 미워서는 아닐까라는 온갖 생각 속에 전전긍긍하면서도 열심히 학업에 정진했던 그 시절이 없었다면 과연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겠는가 하고 자문해 봅니다.


何をやるにも、だれに對しても 心

일본에서의 마지막 수업시간에 지도교수님께서 제게 주는 글이라고 하면서, “何をやるにも、だれに對しても 心(무엇을 하더라도 누구를 대하더라도 마음으로"라는 글귀를 적어주셨습니다. 이 글은 지금도 제 연구실의 책상 앞에 걸려있습니다. 이국으로 떠나는 제자에게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을 조용히 말씀해 주신 것입니다.
이제는 저 역시 이 글귀를 사회에 진출하는 제자들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정성을 다해 하라고, 그리고 누구를 만나더라도 마음으로 그를 대하라고, 그 것이 바로 여러분의 성공의 시작이라고 말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역시 목표를 정했다면, 그 목표를 향해 정성으로 준비를 하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이들을 성실히 대하기를 바랍니다. 아마도 그 들 중에 여러분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꾸게 할 분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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